잃어버린 것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걸. 소멸이라고 부르는 건가.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두고. 단 2시간 뒤에 돌아오니.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오빠가 작년 생일선물로 사준. 짜퉁 하얀색 스트라이더.

요가하러 가는 체육관은 스트라이더 없이는 너무 길고 긴 길이다.

그런데 집에 오니. a-bike가 있었다!
체육관 락커에도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를 자랑해주시는.

by 찰리 | 2009/11/12 02:15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스타벅스

오랜만에 홍대마실을 나왔다.
과친구들과 저녁약속이 있다.
과외를 끝내고 바로 왔더니, 두시간이 빈다.
비도 오고, 뉴욕에서 사온 헌터 장화도 신었으므로,
오랜만에 번잡한 거리를 배회해 보다가.
이내 싫증이 나서,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정기자님이 보내주신 카페라떼 기프티콘이 있었거든.

이런저런 서류들을 정리해 보려고, 노트북도 가지고 나온 것인데.
으악. 여기는 정말이지 소란스럽다!

비싸도 카페골목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다가,
'그래도 홍차 한잔에 7,000원은 너무해.'
라고 결론짓는다.

by 찰리 | 2009/10/31 16:25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할로윈 기분




j언니의 클럽엘 한번 꼭 들른다는 것이,
멀다는 핑계로 많이 미뤄졌다.
해가 떨어질 즈음, 언저리를 배회하다,
건물 기둥에 포스터를 붙이는 언닐 발견!
할로윈 파티를 준비하느라 몹시 분주했던 모양이었다.
포스터를 붙이고, 근처 호프에서 햄버거와 생맥주를 마셨다.
이 시간이 언니와 차분히 대화할 수 있던 유일한 기회.
클럽운영의 고단함을 이야기하며,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더니, 하루키처럼 살고 있어."
나도 언니가 클럽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루키 생각을 했는데....
우리는 그의 신간을 조목조목 칭찬하며 즐거웠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엉뚱한 대학원에 들어가 방황하던 시절에
언니는 나의 든든한 말벗이자 조언자가 되어주곤 했다.
2-3일에 한번꼴로 작업실에 찾아가선, 따끈한 된장찌개도 얻어먹고, 라면도 같이 끓여먹곤 했었다.
그 시절이 생각나서 난 너무너무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다시 클럽에 돌아와,,
늙은 호박의 속을 파내고, 날이 무딘 과도로 눈코입을 최대한 할로윈스럽게 조각했다.
6개 정도의 속을 파냈고, 3개 정도를 조각했는데.
빵빵 터지는 클럽음악을 들으며, 오랜만에 단장하고 앉아(아껴둔 미니 원피스를 꺼내 입었거늘!), 늙은 호박을 끌어안고 있는 나의 모습이 굉장히 기묘하게 느껴졌다. 바텐더가 만들어준 코스모폴리탄을 홀짝거리면서.

포켓볼을 좀 치다가,
언니가 가져다 놓은 책들을 한번씩 훑어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28번째 생일이야기다.


by 찰리 | 2009/10/31 02:14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m에게

그렇게 고향에 남아서,
남들 취직할때 취직하고,
결혼하기 좋을 때 결혼하고,
적당한 시기에 임신까지 해서,

재미있는 것 같다.

라는 말하는 너에게 난 오늘 많이 질투가 났어.
작고 평안한 일상에 재미와 행복을 찾는 너의 성품이 부러웠던 것이지.
그리고 곧 명백한 감정이 차올랐는데,
그건 니가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서, 내가 더 행복하다는 것.

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넌 짐작조차 못할꺼야.

by 찰리 | 2009/10/28 00:35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최근의 목표는 언제나 "영어완전정복"이라는 촌스런 것이기 때문에, 한글 텍스트를 읽는 동안은 일종의 죄의식에 시달리는데, 그 죄의식을 동반하고서도, 소설책을 한번 집어들면 놓을줄을 모른다. 
줄곧 무엇이 나를 이렇게 '읽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에 고 김현 선생의 '행복한 책읽기'를 읽다가, '과연 그런 것이었나'하는 글을 발견했다.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생각으로는,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면,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무엇을 왜 욕망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 앎에 대한 욕망은 남의 글을 읽게 만든다.
남의 이야기나 감정 토로는 하나의 전범으로 그에게 작용하여, 그는 거기에 저항하거나 순응하게 된다.
저항할 때 전범은 희화되어 패러디의 대상이 되며, 순응할 때 전범은 우상화되어 숭배의 대상이 된다.
나는 누구처럼 되겠다가 아니면, 내가 왜 그렇게 돼가 된다.
그 마음가짐은 그의 이름붙이기 힘든 욕망을 달래고, 거기에 일시적인 이름을 붙이게 한다.
왜 일시적인가 하면, 전범은 수도 없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구조는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

난데없이 기록하고 싶어진 독서 근황.  "1Q84"는 읽자마자, 한글 번역본으로 읽고 싶다는 뉴욕의 미술평론가 M씨에게 보냈고, 김연수의 "세상의 끝 여자친구"는 홍콩에서 어학연수 중인 L 선배에게 보냈다. 추석명절에 다시 읽은 "친절한 복희씨"는 엄마에게 기증하고 돌아왔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근래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 때문에 다시 읽고 싶을까봐 분양보내지 못했다. 최근 나의 스트랜드 숄더백에 들어있는 책은 지난달 미국을 떠나오기 바로 전날 구입한, 역시 스트랜드 스티커에 스트랜드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하루키의 "Blind willow, sleeping woman"이다. 24편의 단편 모음집. 지하철에서 읽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휴대하고 있다. p양이 강력히 추천하며 빌려준 코맥 맥카시의 "로드"는 아직도 절반의 진도밖에 나가지 못한 상태. 너무 암울하고 우울해서, 왠지 손대기가 싫다. 그녀가 너무너무 강력하게 추천하였기 때문에 왠지모를 반감이 드는 것일지도. 마치 베스트셀러 소설에는 손이 안 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인가.

by 찰리 | 2009/10/10 17:17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귀국

잠시 들어왔다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곧 떠날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스스로에게도 해두는 편이 좋을테니까.

좌우당간 돌아왔다.
15시간의 비행을 다시 견뎌냈다는 이야기다.
넘치는 수학점수와 부족한 듯한 버벌점수인 민망한  GRE점수랑,
출국때보다 늘어난 추가 짐가방 하나와 같이. 

알라딘에 선주문해둔 1Q84 1권이 CD와 함께 도착해 있었다.
미국에 있다면 영문판으로 사오고 싶었는데, 역시, 한국이 빠르다.
번역시간탓인지 2권은 몇일뒤에나 나오는 듯.

오늘은 오랜만의 하루키랑 뒹굴,

by 찰리 | 2009/09/02 11:18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2)

hero

뉴스를 보다가 포복절도했다
5살짜리가 임신한 엄마가 기절해서 911에 신고를 했으므로,
그 덕분으로 엄마도 뱃속의 아가도 건강히 살아났고, 시에선 표창장을 주고, 방송국에선 인터뷰도 하고,,,
기특하다고 독려하는 건 알겠는데, 고 쬐끄만 흑인녀석 단독샷으로 인터뷰 하는 와중에 이름밑에 뜨는 검은 바(직업 혹은 거주하는 곳을 표시하곤 하는)에 "hero"라고 쓰여있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youtube를 찾아봤더니 몇년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훈훈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by 찰리 | 2009/08/14 14:57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lost

lost를 시즌 5까지 섭렵했다.
근 열흘간 식음을 전면 신경쓰면서 <로스트>만 봤다.
엄마도 끝낸 <토지>도 끝까지 읽지 못했던 나인데,,,

<로스트>도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라 확언하긴 이르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난 후에 허전함이 상당해서, 기록이라도 해둬야만 했다.
무더위가 한풀꺽인 선선한 심야다.

by 찰리 | 2009/08/13 13:15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어느 오후, 꽃봉오리의 무게

이스트 빌리지. first ave, 9 아니면, 8 street. 모퉁이의 카페.
이 곳 커피의 탄향을 P씨가 좋아한다.

젤라또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두고.
P씨가 또 담배 한 모금과 함께 더위를 식히는 동안,
나는 그 날 발행된 따끈한 빌리지 보이스를 펼쳐들었다.
박찬욱의 신작 <박쥐>가 여기서는 <THIRST>로 개봉되는 것 같았고, 그 리뷰를 찬찬히 읽어내려가며,,
"올드보이는 정말 대단했었지"라고 운을 떼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P씨가 눈을 빛내며, 올드보이의 인상깊던 장면들을 묘사하는 중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던 내 왼쪽 등에,,
꽃봉오리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꽃봉오리치고는 꽤나 듬직한 무게감이었고, 나는 왠지 감동했다.
꽃봉오릴 떨어뜨린 그 바람이 다시 내 얼굴에도 부딪히고.
그 바람 덕으로 더위에 녹진해진 체력을 회복한 우리는,,
일본 라면집에 가서 어마어마한 양의 쯔케멘과 시오라멘을 해치웠다.

오늘의 이야기도, 어제의 이야기도, 내일의 이야기를 쓴다 해도, 당신없인 불가능한 나날.

by 찰리 | 2009/08/02 12:26 | 까르르수다판 | 트랙백 | 덧글(0)

산보


간단히 차려입고 집 밖을 나와서 에비뉴 7개를 지나면 프릭뮤지엄이 있다.
휘슬러와 베르메르를 실컷 즐기고, 센트럴 파크를 따라 스트리트만 죽죽 올라가면,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네움갤러리,쿠퍼 휴잇 디자인 뮤지엄이 나온다.
그렇게 프란시스 베이컨,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 클림트와 에곤쉴레까지 순례하고 나면 조금 출출해져서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간다.  

뉴욕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거다.

by 찰리 | 2009/07/12 11:36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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